2026-08-11
전국 생활임금조례, 어디까지 왔을까요?
이 보고서는 무엇을 살펴봤을까요?
이번 보고서에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조례가 얼마나 확산되었는지 살펴보고, 조례가 실제로 어떤 범위에서 적용되고 있는지, 생활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생활임금위원회에는 노동자가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생활임금조례는 2013년 부천시와 서울 노원구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현재는 광역자치단체 17곳 모두가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까지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한 곳은 117곳으로, 52%에 그칩니다.
먼저, 생활임금조례가 무엇인지부터 보겠습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노동자의 생계와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임금입니다. 생활임금제도는 이러한 취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생활임금조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지자체에서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은 ‘누구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는가’입니다.
어떤 지자체는 자치단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에게만 생활임금을 적용합니다. 반면 어떤 지자체는 출자·출연기관이나 공사·공단, 민간위탁, 용역·하수급업체 노동자까지 적용 대상을 넓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생활임금조례가 있더라도 실제 생활임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범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생활임금의 금액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2025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0,030원입니다. 그런데 광역자치단체의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2025년 광역자치단체 생활임금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광주로 12,930원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대구로 11,594원이었습니다.
기초자치단체까지 살펴보면 차이는 더 커집니다. 강원 동해시의 2025년 생활임금은 10,030원으로 최저임금과 동일했습니다. 반면 광주의 생활임금은 12,930원이었습니다. 두 지역의 시간당 차이는 2,900원이며,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약 60만 6,100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되어 있는가’만으로는 생활임금제도의 실질적인 운영 수준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조례를 제정하고도 생활임금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민주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강원 횡성군, 충남 계룡시, 전북 장수군·남원시, 전남 순천시·진도군, 경북 울진군 등 7곳은 조례를 제정했지만 실제 운영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생활임금을 누가 결정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생활임금위원회가 심의한 뒤 단체장이 결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성남시는 위원회의 자문이나 심의 없이 단체장이 직접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또 고양·파주·김포·평택·안양·수원·안성·양주·여주 등 경기도 9개 기초자치단체는 별도의 생활임금위원회를 만들지 않고 노사민정협의회가 그 기능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활임금위원회에는 노동자가 참여하고 있을까요?
이 부분도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0곳은 노동자 대표 또는 노동자단체 추천인의 참여를 조례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5곳은 노동자 참여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노동자 참여를 명시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뉩니다. 노동자 참여가 명시되지 않았거나 표현이 모호한 곳까지 포함하면 광역 6곳, 기초 42곳에서 노동자 당사자의 참여가 배제되거나 불분명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동자위원이 실제로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민주노동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노동자위원 비율이 20% 미만인 위원회에서는 노동자위원이 없는 위원회와 생활임금 수준에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면 20%를 넘어서는 구간부터 평균 생활임금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노동자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위원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참여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한 생활임금조례의 차이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지역에 따라 조례가 확산된 정도가 다릅니다.
둘째, 생활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의 범위가 다릅니다.
셋째, 생활임금의 금액과 실제 운영 여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넷째, 생활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구성과 노동자 참여 수준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생활임금조례를 살펴볼 때는 단순히 “우리 지역에 생활임금조례가 있는가?”에서 그치지 않고, “누구에게 적용되는가?”, “얼마를 지급하는가?”,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가?”, “누가 생활임금을 결정하는가?”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