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4
지방의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장면을 만납니다. 집행부가 편성한 보조금 항목을 두고 "이게 법적 근거가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담당 공무원은 "관행적으로 해왔습니다"라고 답하고, 회의실은 조용해집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닙니다. 지방재정은 관행이 아니라 법령으로 운영됩니다.
지방재정의 기본 원칙은 지방자치법 제7장에 담겨 있습니다. 수지균형의 원칙(제137조), 국가 비용의 지자체 전가 금지, 지방채 발행과 채무부담행위의 의회 의결 의무(제139조)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규정들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산안이 의결되면 3일 이내에 단체장에게 이송해야 하고(제149조), 결산서는 출납 폐쇄 후 80일 이내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제150조). 날짜와 절차가 명시된 규범입니다. 이 조문들을 모르면, 의원으로서 집행부의 일정이 적법한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1963년 제정된 지방재정법은 예산 운영의 세부 규범을 담고 있습니다. 한 회계연도의 모든 수입과 지출은 예산에 편입해야 한다는 예산총계주의 원칙(제34조),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해당 연도의 세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회계연도 독립 원칙(제7조), 세출예산에서 정한 목적 외 사용 금지(제47조)가 대표적입니다. 개인이나 단체에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는 경우는 법률에 규정이 있거나, 국고 보조 재원에 의한 경우 등 네 가지로 제한돼 있습니다(제17조). "지방자치단체가 권장하는 사업"이라도 조례에 지출 근거가 직접 규정돼 있지 않으면 교부할 수 없습니다. 환수 통보를 받는 보조금 사고의 상당수는 이 조항을 간과한 데서 시작합니다.
2016년 지방회계법이 지방재정법에서 분리 제정되면서 결산서의 구성 요소(재정상태표·재정운영표·순자산변동표), 출납 폐쇄 기한, 지출기관과 출납기관의 분리 원칙이 독립적으로 규율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에는 지방보조금법이 별도 제정되어 공모 절차 의무화, 용도 외 사용 금지, 제재부가금 부과 근거가 체계화됐습니다. 지방기금법(2006년 제정)은 기금을 일반회계나 특별회계로 사업을 하기 곤란한 경우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존속기한을 5년 이내로 조례에 명시할 것을 요구합니다(제4조). 이 법들이 분리된 배경에는 그만큼 현장에서 문제가 반복됐다는 맥락이 있습니다.
지방재정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법령을 아는 것만큼, 법령을 읽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추경 편성 요청이 들어왔을 때, 기금 신설 안건이 상정됐을 때, 보조금 교부 결정을 검토할 때 — 판단의 근거는 결국 조문에 있습니다.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지방회계법, 지방기금법, 지방보조금법. 이 다섯 법령의 핵심 조문을 직접 읽어본 적이 있다면, 현장에서 훨씬 단단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관행이 아니라 근거로 일하는 것, 그것이 지방재정 원칙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