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하면 포인트,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요?

나라살림클래스

2026-09-15

걷기만 하면 포인트,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요?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 쉽게 읽기」

복잡한 정책·재정 보고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 내용과 수치를 중심으로 풀어 설명합니다. 


👉 지방자치단체 ‘걷기’ 포인트 지급 사업의 효과성 평가


걷기만 해도 포인트를 주는 지자체 사업이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손목닥터9988', 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이 대표적이고, 시흥·용인·괴산·부산·전남·김해 등도 비슷한 사업을 운영합니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2026년 548억원(시스템 구축비 포함)을 씁니다. 그런데 나라살림연구소는 이 돈이 실제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두 사업, 목적은 다르지만 방식은 같습니다

손목닥터9988은 건강 증진이 목적이고,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탄소배출 저감이 목적입니다. 방식은 똑같습니다. 하루 8,000보 이상 걸으면 포인트를 줍니다. 손목닥터9988은 2021년 5만 명이던 가입자가 2025년 285만 명으로 늘었고, 인센티브 예산도 1,500만원에서 601억 7,000만원으로 불어났습니다. 기후행동 기회소득도 2024년 89만 명에서 2025년 159만 명으로 가입자가 늘었습니다.


지자체별 현황

건강 증진 목적 사업과 탄소배출 저감 목적 사업으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건강 증진 목적

  • 서울시 '손목닥터9988' (2021년 도입): 1일 8,000보 이상 100포인트, 주 5일 이상 달성 시 주 500포인트 추가

  • 시흥시 '만보시루' (2021년 도입): 1일 1만보 이상 100원, 5,000보 이상은 50원

  • 용인시 '걸어용' (2025년 도입): 1일 8,000보 이상 100포인트

  • 괴산군 '걷다보니 통장부자' (2026년 도입): 1일 7,000보 이상 500원, 월 최대 1만원

  • 부산 '행복마일리지': 걷기 외 시설 방문·자원봉사 등도 포함

탄소배출 저감 목적

  • 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 (2024년 도입): 1일 8,000보 이상(70세 이상 5,000보) 200포인트, 월 최대 4,000포인트

  • 전라남도 '탄소모아 탄탄e' (2026년 도입): 1일 8,000보 이상 최대 200포인트, 월 최대 4,000포인트

  • 김해시 '기후지킴이 포인트' (2026년 도입): 1일 8,000보 이상 200포인트

거의 모든 지자체가 '1일 8,000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도입 시기를 보면 2025~2026년 사이 신규 사업이 여럿 생겨났는데, 이는 서울시·경기도 사례가 다른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고서는 이들 사업 대부분이 서울시·경기도와 지원 조건이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두 대표 사업에서 나타난 '순효과 제한' 문제가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미 걷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정책 효과를 판단할 때 중요한 건 "사업이 없었어도 벌어졌을 일"과 "사업 덕분에 새로 생긴 변화"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가 지적하는 핵심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 걷기 실천율은 2020년 37.4%에서 2025년 49.2%로 이미 올랐고, 서울은 같은 기간 53.1%에서 69.0%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서울시민의 평균 걸음 수도 여러 조사에서 8,000보 안팎으로 나타납니다. 즉 하루 8,000보라는 지급 기준은, 건강이나 교통비 절감, '앱테크' 같은 다른 이유로 이미 그만큼 걷고 있던 시민들도 아무 조건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서울시민 중 사업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평소 8,000보 이상 걷는 사람이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가입자 285만 명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별다른 행동 변화 없이 포인트만 받아간다면, 정책이 의도한 '순효과(사업이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변화)'는 그만큼 줄어듭니다.


서울시 자체 효과성 분석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참여자 8만 7,090명과 비참여자 87만 900명을 비교해, 참여자의 의료비 증가폭이 4만 5,345원 더 적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통계 기법(성향점수매칭)으로 나이·성별·소득 등을 맞춰서 비교했다고는 하지만, 이 방법은 "애초에 건강관리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까지는 통제하지 못합니다. 즉 의료비가 덜 증가한 이유가 '포인트' 때문인지, 원래 건강에 신경 쓰던 사람이라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탄소배출 저감 사업은 이미 중단 수순입니다

경기도는 2025년 기후행동 기회소득 리워드의 44.9%를 '걷기'에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계산해보면, 참여자 대부분이 사업과 무관하게 원래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이라 실질적인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경기도는 2026년 8월부터 리워드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고, 사업비 350억원 중 40억원은 집행하지 못한 채 반납될 예정입니다.


민간 앱테크와도 겹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광고·데이터 수집 목적으로 걷기만 해도 포인트를 주는 민간 앱(이른바 '앱테크')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런 민간 서비스가 이미 활성화된 상황에서 지자체가 똑같은 방식으로 공공예산을 쓰는 것은, 기존에 걷던 사람들에게 이중으로 보상을 주는 셈이 되어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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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연구소는 걷기 자체보다 건강지표가 실제로 개선됐을 때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6개월간 건강관리를 한 뒤 체력이나 혈압·혈당 등이 개선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입니다. 또한 걷기 효과가 큰 노인층 등으로 대상을 좁히는 방안도 제시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걸었는가’보다 ‘실제로 건강이 좋아졌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