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8
2023~2025년 3년간 과징금 100억원 이상 담합 사건 결과 분석
밀가루, 전분당, 백신, 가구, 통신설비, 이동통신 3사까지. 업종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담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한 담합 사건은 13건입니다. 이 사건들의 관련 매출액은 19조 4,126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5,446억원으로 비율로 따지면 2.81%에 그쳤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7개 밀가루 제조·판매사업자의 담합(관련 매출액 약 5조 8,000억원), 3개 제당사의 전분당 담합(관련 매출액 약 6조 2,000억원) 사건이 발생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종 심의 중입니다. 담합이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징금 액수가 담합으로 얻는 부당이득보다 터무니없이 적어, 기업들 사이에 '벌금 내고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2월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담합 규모에 비해 과징금이 너무 적다"며 "과도한 감면 규정으로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할 것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런 반시장적 행위가 반복될 경우에는 아예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퇴출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의 강력하고 신속한 대처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편법으로 수익을 내려는 기업들의 담합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2023~2025년 3년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담합 사건들을 분석해 '담합 솜방망이 처벌'의 실태를 확인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담합을 근절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과징금 법정 상한선은 관련 매출액의 20%지만, 실제 사건에서 이 상한선에 준하는 제재가 이뤄진 적은 없습니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른 부과기준율(0.5~20%)을 곱해 산정되는데, 여기에 조사 협조·행위 인정 시 각각 최대 10%씩 감경이 적용되면서 최종 과징금은 매출액 대비 낮은 수준으로 결정됩니다. 13개 사건 중 과징금 비율이 가장 낮았던 사례는 2025년 3개 이동통신사업자 담합으로, 관련 매출액 8조 326억원에 과징금은 1.20%(963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담합이 지속된 기간도 평균 6년 5개월에 달합니다. 가장 길었던 사례는 20개 가구업체의 아파트용 시스템 가구 입찰 담합으로 10년 10개월간 이어졌습니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0년 넘게 시장이 왜곡되는 동안 소비자 피해는 계속 쌓인 셈입니다.
미국은 담합을 적발하면 최대 징역 10년, 법인에는 부당이득·피해액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합니다. 여기에 셔먼법(Sherman Act)에 따라 소비자에게 3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보장합니다. EU는 관련 매출액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전 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손해배상을 위한 피해자의 민사소송도 권리로 보장합니다. 일본은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병행하며 소비자 실손해 배상을 원칙으로 합니다. 한국의 제재 수준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문제는 관련 매출액이 담합 기업이 얻은 매출일 뿐, 담합으로 소비자가 실제로 더 지불한 가격 인상분(소비자 피해액)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피해 규모를 가늠할 근거 자체가 없으니, 소비자가 배상을 요구할 토대도 마련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 피해액 산정: 관련 매출액뿐 아니라 담합으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액과 기업의 부당이득 금액을 정확히 밝혀야 합니다.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를 실효성 있게 운용하는 근거가 됩니다.
전속고발권 폐지: 현재는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담합 사건을 기소할 수 있습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한 소비자가 직접 고발하지 못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다른 사법기관의 수사·처벌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처리기간 공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의 담합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약 35개월입니다. 여기에 기업의 행정소송까지 더해지면 수년이 더 걸립니다. 진행 경과와 최종 처벌까지의 소요 기간을 공개해 감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보다 자세한 사건별 매출액·과징금 비교, 과징금 산정 구조, 해외 제재 사례는 원문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참고 콘텐츠